축구를 좋아하신다면, 국내 혹은 해외에 있는 클럽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좋아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특정한 클럽을 좋아하다 보면, 그 클럽의 역사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단지 같은 클럽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그 팀의 경기를 보면서 함께 응원을 하고 모임을 형성하며, 모임의 구성원이 늘어남에 따라 공식적인 ‘이름’이 생기고 더 세분화된 소모임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국내의 K리그를 살펴보면, FC서울은 ‘수호신’이라는 이름의 서포터가 존재하며 수원블루윙즈는 ‘프렌테 트리콜로’라고 불리는 서포터가 그 팀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버더피치에서 취재한 주인공들은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한국의 팬들 중 여성들끼리 결성하게된 ‘정여콥’ 이라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멤버들입니다! ‘정여콥’의 축구와 레플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확인해보세요!
OVER THE PITCH (이하 O) : 안녕하세요!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가희 : 안녕하세요 저는 27살 김가희구요. 지금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혜진 : 안녕하세요 저는 구혜진이고 31살 입니다. 건강식품과 화장품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해란 : 저는 32살이고 우해란입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O : 축구와 리버풀을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가희 : 저는 예전에 좋아했던 분(?)이 축구를 좋아했어요. 그 중에서도 리버풀 팬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아는척 하고 싶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처음에는 축구를 보는게 너무 재미가 없었는데 당시 리버풀 선수 중에 토레스를 보고 완전 반하게 됐죠. 지금은 토레스도 그분도 떠났지만, 저는 리버풀에 아직 남아있어요.
혜진 : 저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어렸을 적 부터 같이 위닝을 자주 했어요. 그런데 매번 지니까 동생을 이기고 싶은 마음에 축구라도 보면 축구를 조금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생이랑 같이 축구를 열심히 봤고 그러던 와중에 2002년 월드컵으로 불이 붙게 된거죠. 그렇게 축구를 쭉 봐 오다가 대학에 갔을 때 ‘이스탄불의 기적’ 이 일어났던 그 시즌을 보고 ‘아 리버풀로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기는 새벽에 생방송으로 봤던 기억이 나요. 그 때 제라드 때문에 리버풀을 쭉 좋아하게 됐어요.
해란 : 저는 축구 말고도 야구, 배구같은 종목들도 좋아했어요. 주로 스포츠 쪽은 국내 리그를 보다가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축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때 해외 리그를 보는데 마이클 오웬을 보고 반하게 된거죠. 그래서 오웬이 뛰는 팀을 알아보고 조금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더니 그 팀이 리버풀이었어요. 그리고 리버풀을 알고 나니 제라드라는 선수를 알게 되고 이 선수에게도 반하게 게 됐어요. 결국에는 제라드를 조금 더 마음이 가서 지금까지 리버풀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오웬은 지금도 마음아픈, 첫사랑(?) 같은 존재여서 맨유로 이적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욕해도 저는 욕할 수 없었어요.
O : 그러면 리버풀을 좋아하는 모임 ‘정여콥’ 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혜진 : 해란 언니가 SNS를 열심히 하고 활동적인 스타일이에요. 그러다보니 언니가 저희들을 SNS에서 알아채고 연락을 먼저 한거죠. 그렇게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축구 보면서 얘기도 나누다보니 언제부턴가 일상의 모든 것들을 그 방에서 공유를 하고 있더라구요. 남자친구처럼, 엄마처럼, 동생에게처럼 ‘나 소개팅 해. 썸남이 생겼어.’ 등등 이런 얘기까지 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한,두달 하면 시들해지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1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만나고 있어요.
해란 : 제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제라드가 인스타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한 거거든요.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다 보니 리버풀 팬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그중에서 ‘남콥(남자 콥(KOP : 리버풀 서포터를 지칭) 모임)’에서 단체 카톡방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먼저 가입을 했어요. 거기서 지금의 ‘정여콥’이 된 멤버 3명을 만났어요. 실제로 만났는데 너무 마음도 잘 맞고 얘기도 잘 통해서 여자들끼리도 모임을 만들어보자! 해서 탄생한게 ‘정여콥’이에요. 인원을 모으다보니 지금의 8명이 모이게 됐고 지금은 생리 현상(?)까지 나눌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그리고 ‘정여콥’이라는 이름은 여러가지 뜻이 있는데 저희가 카톡방에 글들이 워낙 많이 정신없이 올라와서 ‘정신없는 여콥들’ 혹은 ‘정신나간 여콥들’ 로 불리긴 하는데, 대외적으로는 ‘정이 많은 여콥들’ 로 소개하고 있어요 (웃음).
가희 : 저희가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이 나요. 96년생 21살부터 84년생 33살 언니까지. 처음엔 나이 차이도 많이 나다 보니 어색할 것 같았는데 같이 단관도 가고 여행도 가고 하다보니 서로 더 챙겨주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도움도 주고 끌어주는 그런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임이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리버풀’ 이라는 연결고리 하나로 이렇게 친해진 거잖아요. 저는 리버풀에 관련된 선수말고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르기도 했는데, 이 모임을 통해서 정보 공유도 되고 언니들이 레플 입는걸 보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레플도 사게 됐구요. 저희가 여자잖아요. 그래서 나름 각자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영역(?)이 있어요. 여자들은 보통 어떤 아이돌이나 선수를 좋아할 때 모임 내에서 겹치지 않게 좋아하는 편이라, 공통으로 좋아하는 제라드를 제외하고 저는 랄라나를 좋아하고 혜진언니는 딴딴한 밀너, 해란언니는 쿠티뉴를 좋아해요. 그러다보니 저랑 혜란언니는 개막전 때 너무 좋았죠. (아스날과의 16-17시즌 개막전 당시 랄라나,쿠티뉴가 득점하며 4:3으로 승리)
O : 1년에 몇번 정도 모임을 가지시는 편인가요?
해란 : 저희가 서울에 사는 친구들, 부산에 사는 친구들도 있고 대부분 직장인이라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만나기가 어렵긴 하거든요. 작년에는 다들 시간 조율하고 맞춰서 부산에서 다같이 한번 만났구요. 그 외에는 비슷한 지역에 사는 친구들끼리 보통 두세명정도가 자주자주 만나는 편이에요. 한달에 두 세번 정도?
혜진 : 저희 셋은 서울에 살다보니 서울에 사는 친구들끼리는 자주 보는 편이에요. 프리시즌 FC 바르셀로나와 마지막 경기 때는 4명이 같이 만나서 단관을 하기도 했어요. 홍대에 ‘봉황당’이라는 리버풀 펍이 생겨서 거기 가서 같이 봤어요. 경기날은 경기를 틀어주는 곳에서 보통 만나는 편이고, 집이 서울에서도 다 다르기 때문에 홍대, 강남 등등 여러 곳에서 돌아가면서 만나기도 해요.
O : 제라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대사건(?)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혜진 : 저희가 리버풀을 좋아하지만 제라드를 전부 좋아하기도 하고, 제라드가 MLS로 떠나게 돼서 제라드의 마지막 시즌 유니폼을 다같이 사게 됐어요. 하루는 다같이 레플을 입고 만나서 놀기로 한 날, 제라드 유니폼을 다같이 입고 왔어요.
해란 : 그래서 그날 다같이 뒷태(?)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됐어요. 물론 제라드 선수의 ID를 태그해서 올렸죠! 저는 이제 기차타고 올라오는데 갑자기 우리 카톡방이 난리가 났더라구요. 실제로 제라드가 저희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거에요. 저희가 각자 게시물을 올렸는데 두개나 눌러줬거든요. 그 이후로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할 것 없이 전부 공유가 되고 하다보니 아는 지인들에게 연락도 많이 오고, 저희 얼굴도 많이 알려져서 신기했고 잊지못할 경험이었어요. 그때가 연말이었는데 연말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해란 : 한번은 리버풀에서 뛰던 ‘로브렌’이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한국영화를 좋아한다는 피드가 한국에 퍼지면서 ‘대한 로브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어요. 그 이후로 한국에 있는 콥들이 로브렌에게 선물을 굉장히 많이 보냈거든요. 저희도 과자를 포장해서 편지와 함께 로브렌에게 보낸 적이 있어요. 물론 로브렌이 직접 SNS에 선물 인증샷도 올려줬구요.
혜진 : 그때 다이렉트 메세지로 ‘선물 보냈고 아프지 마세요’라고 보냈더니 ‘Thank you, ladies’라고 직접 답장이 왔어요. 그때 너무 좋았어요.
O : 정여콥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혜진 : 저희 목표는 다같이 ‘안필드’ 단관 가는거에요.
해란 : 안필드 가는건 너무 당연한거고, 가끔씩 저희들끼리 얘기할 때, 안필드 앞에서 닭강정 팔고 떡볶이 팔면서 살자고 해요. 아니면 한국에서 ‘레드 타운’ 건물을 지어서 1층에는 펍, 위층에는 층별로 한가족씩 살자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같이 좋아했으면 좋겠고, 쉽게 만난 인연이지만 쉽게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만나는 것 처럼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O : 이제 주제를 바꿔서, 가지고 계신 레플리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레플리카 하나씩만 소개해 주세요!
혜진 : 저는 클롭 감독님 사인 져지에요! 마킹도 클롭 마킹이 되어있는데, 실제로 클롭 감독님이 입으셨다고 해요. 봉황당 사장님께서 직접 영국에 가서 받아오셨다고 하는데, 저는 봉황당 이벤트에 참여해서 받았던 저지입니다. 클롭이 입었던 유니폼인거 꼭 강조해 주세요!
해란 : 저는 (구) 엠블렘이 현재 리버버드 엠블렘으로 바뀌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리고 평소에도 스포티한 옷을 잘 안입는 스타일이어서 레플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안했었어요. 그러다가 엠블렘이 바뀌고 제라드가 떠나게 되면서 아 지금이라도 레플을 사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예전 엠블렘이 달린 유니폼과, 그때 좋아했던 선수들을 하나씩 모으는게 목표기도 하고, 아디다스 스폰서 때의 유니폼과 칼스버그 스폰서 조합을 너무 좋아해서, 그 시즌들의 유니폼 위주로 모으고 있어요.
가희 : 저는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이 제일 아끼는 유니폼인데, 아무래도 제가 랄라나 선수를 제일 좋아하다보니 랄라나 마킹이 되어있는 이 유니폼을 제일 좋아해요!
O : 마지막으로, 레플을 평소에 입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해란 : 한번 입기 시작하고 코디를 맞추기 시작하다보니까 저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리버풀 유니폼이 또 빨간 색이잖아요. 컬러가 튀기도 해서 입고 산책나가면 사람들이 수근대기도 하는데 신경 안쓰고 입기도 하거든요.
가희 : 저는 프리시즌을 보러 태국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날이었어요. 경기 끝나고 택시를 잡아야하는데, 사람도 많고 비도 오고 해서 택시를 못잡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시더라구요. 공항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이후로 태국을 엄청 좋아하게 됐어요. 리버풀 팬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거든요.
혜진 : 저는 실험실에서 근무하다보니, 가운을 입긴 하는데 그 안에 입는 옷들은 터치를 받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며칠 전 강남에서 PSG 유니폼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분을 봤는데, 너무 예쁜거에요. 오늘도 걸어오는데 외국인이 지나가다가 ‘오 리버풀’ 하면서 인사해주셔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너무 좋았어요. 오사카 갔을때도 레플 입고 갔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리버풀 팬이라며 커피를 사주고 가신 적도 있어요. 그런 것들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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