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흥민의 활약, 리버풀의 챔스 우승 등 축구계의 크고 작은 이슈로 어느 때보다 많은 새로운 축구팬들을 만날 수 있다. PITCH SEOUL을 방문하는 성비나 연령대를 보고 있자면 축구판에 활발한 유입이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비교적 오래된 클래식 저지들을 다루다보니 자주 들리는 멘트가 있다. “우리 팀 거 맞아?”
해서, 이번 글에서는 비교적 최근 축구판에 발을 들인 뉴비들을 위해 낯익은 클럽들의 낯선 저지 몇 가지를 소개한다.
1.맨체스터 시티 1996-97 어웨이
이 시기의 시티 저지는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시티는 95-96시즌 2부 리그(챔피언십)으로 강등, 97-98시즌 3부 리그(리그 1)까지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역대 유럽 대회 우승 팀 역사상 최초 3부 리그 강등’이라는 대기록(?)을 썼던 이 시기에도 물론 홈 저지는 하늘색이었지만, 어웨이 저지에는 다소 생소한 와인색을 사용했다. 90년대 ‘축구 저지계의 타노스’격인 엄브로가 제작한 이 저지는 역시 그 명성에 걸맞은 컬러 배합과 디테일이 멋지다. 저지를 가로지르는 사선을 기준으로 위쪽은 화이트 컬러가 메인으로 사용되어 와인 컬러의 탁한 느낌을 해소했다. 두 컬러의 간극을 메우는 핑크, 옐로우, 네이비 디테일의 색 선택 역시 과하지 않은 모양새다. 이후 나이키가 제작한 2018-19 3RD 저지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2.도르트문트 1997-98 어웨이
1998-99시즌부터 지금까지 도르트문트는 노란색 홈 저지를 착용하면서 20여 년 간 ‘꿀벌 군단’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고 있다. 샛노란 컬러와 엠블럼은 심지어 귀여운 인상까지 주기도 하지만 이 ‘꿀벌 군단’ 역사 이전 도르트문트 홈 저지는 강렬한 형광색을 사용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곤 했다(물론 1913년부터 노란색을 사용한 역사가 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저지는 도르트문트가 형광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한 마지막, 1997-98시즌 어웨이 저지다. 현란한 홈 저지에 반해 차분한 느낌의 이 어웨이 저지는 넥라인과 소매, 스우시와 엠블럼 등 디테일에 형광색을 사용해 아이덴티티를 유지했다. 1995년과 1996년 리그 우승, 1997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빛나는 황금기였지만 이 시즌에는 괄목할만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분데스리가에서는 10위에 머물렀을 정도. 그래서 유니폼 컬러를 바꿨을지도?
3.셀틱 1998-99 어웨이
1890년부터 시작된 스코틀랜드 프로 축구 리그에서 레인저스가 54회, 셀틱이 50회 우승을 했다. 최근 레인저스의 재정이 악화되며 앞으로는 셀틱의 독주가 예상된다. 그런데 1998-99시즌은 셀틱이 리그와 리그컵에서 어떠한 성과도 올리지 못한 드문 시즌이다. 이 시즌 어웨이 저지 역시 그런 이유에서인지 다소 생소하다. 셀틱의 여느 홈 저지와 마찬가지로 스트라이프는 유지하면서 블랙을 메인으로 삼았는데, 스트라이프 주변의 그래픽은 엠블럼을 반으로 갈라 길게 이어 붙였다. 용이나 뱀처럼 보이는 이 그래픽은 멋지지만 CI 규정에서 꽤나 애를 먹었을 듯하다. 스웨덴과 셀틱,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약했던 공격수 헨릭 라르손도 이 저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998-99 3RD
바로 위 셀틱 저지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역시 같은 시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998-99 3RD 저지는 이례적으로 연두색을 썼다. 사실 맨유의 어웨이, 3RD 저지를 모두 통틀어도 블랙 계열이 많지 않은 데다 디테일에 연두색을 사용해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컬러웨이만 봐서는 맨유를 도저히 떠올릴 수 없다. 이 시즌 맨유가 트레블을 달성하고 어느 때보다 강한 아우라를 뿜어서인지 저지에서도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진다. 0-3으로 패했던 아스널 원정 경기에서 베컴과 로이 킨이 이 저지를 입고 아스널의 스테판 휴즈를 발로 밟은 장면이 유명하다. 어쩐지 저지에서부터 카리스마가 넘쳐흘렀다. 어쨌든 제품은 멋진 걸로.
5.첼시 2000-01 어웨이
물론 첼시의 2018-19시즌 어웨이 저지도 노란색이었다. 2014-15시즌에도 노란색이었다. 하지만 이 저지를 이번 주제에 포함한 이유는 온전히 뉴비들을 위해서다. 클럽의 역사를 찾아보는 어지간한 팬이 아니고서야 예전 엠블럼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엄브로, 예전 엠블럼, 노란색을 조합하면 지금의 첼시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자칫 스웨덴 국가대표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역시 ‘클래식 저지 명가’ 엄브로가 제작한 이 저지는 두 가지 색만이 사용되었지만 꽤나 많은 디테일이 들어가 심플한 인상은 아니다. 그래도 남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은 첼시 팬이라면 이 저지를 추천한다. 아마 국내에 이 제품을 입는 첼시 팬은 거의 없지 않을까? 여담으로, 촬영한 저지는 과거 뉴캐슬의 수비 자동문 3인방 ‘3B’(붐송, 브램블, 바바야로) 중 한 선수인 바바야로의 마킹이 되어있다. 다행히 첼시 시절에는 꽤 준수한 활약을 펼쳐 얼마 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레전드 매치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늘 살펴본 다섯 개의 저지 외에도 우리에게 너무나 낯익은 팀의 낯선 저지들이 많다. 앞으로 발견될 낯선 저지들은 오버더피치에서 차차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위 다섯 개의 저지들을 눈에 익혀놓도록 하자. 이제 클래식 저지들을 감상하며 오늘 소개한 저지들을 만나면 당황하지 않고 이런 멘트를 날려주길 – “우리 팀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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