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바이브를 매일같이,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축구 아이템은 저지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축구 문화에는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아이템이 수도 없이 많다.
오버더피치는 무수히 이 많은 ‘자극’들을 여러분께 전하고자 새로운 컨텐츠를 시작하고자 한다. 문제는 필자의 수집력만으로는 이미 높은 구력을 자랑하는 여러분의 구미를 당기게 하긴 힘들 터. 해서, 이번 컨텐츠는 ‘집단 수집력’을 동원해보기로 했다.
오버더피치를 운영하는 H9PITCH에는 오랜 컬렉터부터 뉴비까지, 저지부터 직관 티켓, 심지어 캄프 누의 잔디까지 구력과 분야가 다양한 수집가들이 매일같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집단 수집력’을 동원해, H9PITCH 식구들의 다양한 컬렉션 자랑을 소개한다.
그 첫 순서로 오버더피치의 컨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H9PITCH STUDIO 컨텐츠팀 식구들의 자랑질을 들어보자.
<안현태 : 위닝일레븐6 & 8 & 10 타이틀>
–오늘 소개할 물건은?
어릴 적 추억이 서려 있는 위닝일레븐 6, 8, 10을 가져왔다. 3개의 타이틀 모두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에 발매되었던 게임들이다. 위닝일레븐 6이 출시되었을 때가 2002년 중3 때였는데, 2002 한일월드컵도 있었고 위닝이 가장 재밌었던 시절로 기억한다.
–시리즈가 모두 짝수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 위닝 6 이후로는 올해 출시되었던 PES2020까지 모든 타이틀을 전부 다 구매했었는데, 지금 남아있는 플레이스테이션 2 타이틀은 의도치 않게 6,8,10만 남아있다.
–지금은 ‘PES’시리즈로 변하면서 옛날과는 감성이 달라졌다. 감상이 어떤가?
이전에는 타이틀명이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위닝일레븐(WINNING ELEVEN), 유럽 시장에서는 PRO EVOLUTION SOCCER(PES)로 이름만 다르게 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위닝일레븐이라는 네이밍이 아직도 더 OG같은 느낌이 든다.
위닝일레븐 6는 여태 출시되었던 타이틀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We will rock you’가 흘러나오는 오프닝을 처음 보면서 피가 끓는 느낌을 잊지 못한다. 축구를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끔 열정이 식을 때,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필요할 땐 한 번씩 그 영상을 다시 보곤 한다. 아직도 위닝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라이센스 문제도 그 당시에는 타이틀이 나올 때마다 라이센스가 하나씩 추가되는 기쁨을 한참 누릴 때가 아니었나 싶다. 영문판이나 한글판이 없었던 당시는 전부 일본어로 되어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선수 이름을 읽기 위해서 가타가나를 독학했을 정도로 얼마나 이 게임에 목말랐는지를 표현하고 싶다. 표지 모델이 당시 일본의 축구 레전드 중 하나인 나카야마 상인데, 타이틀 표지 중에 아마 나카야마 선수의 상의 탈의 버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위닝일레븐6부터 선수들의 세레머니를 비슷하게 구현하여 보는 재미를 더했던 것 같다. 당시 한일 월드컵같은 큰 이슈도 있었고, 아마도 내가 구매했던 타이틀 중에 가장 오래 플레이했던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나오는 PES2020은 그때와 비교도 못할 정도로 그래픽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그때의 감성은 무엇으로도 대체하지 못할 것 같다. 누구든, 어떤 분야든 대체하지 못하는 어떤 감성이 있지 않은가. 이 축구 게임도 마찬가지.
<최권욱 : NIKE BRASIL 1998 HOME #9 RONALDO>
–오늘 준비한 ‘가장 아끼는’ 축구 제품은?
브라질 대표팀이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착용한 홈 저지이다. 마킹은 9번, 호나우두. 같은 이름을 쓰는 포르투갈의 ‘그 선수’와는 격이 다르지.
–축구화가 더 귀해보인다. 본인 것인지?
호나우두가 98월드컵에서 착용했던 모델인 나이키 ‘머큐리얼 R9’ 시그니처 컬러다. 내가 준비한 제품이 가장 빈약해보여 최호근 디렉터 방에서 훔쳤다. 사진만 찍고 돌려놓겠다.
-PITCH SEOUL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이 저지를 준비한 사연이 있는지?
기억나는 첫 월드컵이 1998 월드컵이다. 당시 참가한 선수 개인부터 대회에서 쓰여진 드라마, 결승 매치업, 리키 마틴의 흥겨운 리듬까지 모두 진한 향수가 되었다. 자연스레 ‘언젠간 저기에 등장하는 저지들을 모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저지가 나의 98 컬렉션 첫 저지이자 첫 클래식 저지가 되었다. 꽤나 좋은 상태로 구입했으나 너무 사랑한 탓에 지금은 많이 닳아있다.
–다른 1998 컬렉션을 소개해 줄 수 있는지?
저지를 모으면서 난 수집가보다는 실착주의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98 프랑스,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등 여러 저지들이 있었지만 수집을 시작한 후 몸무게가 10kg 가량 건강해져 사이즈가 작아진(사실 내가 커진 것) 제품들을 처분했다.
<정인천 : ‘SOCCER’>
–구성이 범상치 않은 물건인데,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축구 팝업북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축구선수, 스타디움, 규칙, 월드컵 등 축구와 관련된 정보들이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한 구성이 특징이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 같은데, 성인들도 감탄할만한 상당한 정성이 느껴진달까.
–도대체 어디서 구한건지?
취미로 독서모임을 운영중인데, 모임에 쓸 헌책을 구하려고 청계천 헌책방거리로 디깅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정말 보물 찾기 하듯, 이런 저런 책 사이를 뒤지다가, ‘SOCCER’라고 크게 적힌 두꺼운 책이 워낙 눈에 띄여 구매하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구매한 책이었는데, 이게 웬걸. 귀엽고 유니크한 팝업북이더라. 먼지도 털고, 팝업북 구성품들을 하나하나 맞춰보니 이만한 재미가 없었다. 헌책방 사장님도 이 책이 팝업북인지는 몰랐던 거 같다. 알았으면 아마 돈을 더 받지 않았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아직 어린이의 감성을 간직한 ‘키덜트‘ 축덕들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 혹시 모르니 허구한 날 청계천을 거닐어보길.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ISBN 코드도 남긴다. ‘0-7636-1627-3’
<임채현 : 2002 한일 월드컵 기념 뱃지 액자 & 피버노바 실버 체인 목걸이>
–오늘 소개할 물건은?
2002 한일 월드컵 국내 개최 도시 경기장이 뱃지로 제작되어 들어간 액자와 2002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 실버 체인 목걸이다.
당시 가족과 함께 올림픽공원에 갔었는데 월드컵이 끝난 직후에 많은 굿즈들을 창고 정리 느낌으로 대량 할인 판매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아빠 손을 붙잡고 뭐라도 하나 얻기 위해 앞을 계속 서성거렸고, 월드컵 마스코트 인형에는 크게 마음이 가지 않았던 나는 고급스럽지 않냐며 개최 도시들이 뱃지로 제작되어 있는 액자를 꺼내보았다. 당시 2만원 정도의 금액이었고 아빠는 이런 게 쓸모가 있냐면서도 한창 축구에 미쳐있던 아들에게 선물로 사주셨다. 액자 안에는 한일 월드컵 당시 개최 도시의 경기장 뱃지들이 각 지역 위치에 맞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액자 뒤편엔 월드컵 공식 홀로그램이 부착되어 있다.
목걸이는 “FOLLOW THE FLAG” 캠페인으로 유명한 @raynaldinho_가 제작한 목걸이다. 맨 처음 딱 10개만 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중 하나이다. 레고에서 제작한 피버노바 볼에 925 스털링 실버로 목걸이가 만들어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자마자 구매를 결정했다. 미국에서 배송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으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내가 직접 받기까지 만 한 달이 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판매했던 10개 중 내가 받은 게 마지막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물건으로 중요한 날이나 행사 때 착용하지만 피버노바 문양이 아주 살짝 마모가 생겨 아쉽다.
-2002 덕후인가?
그렇다. 축구 자체를 정말 사랑하는데 그 시작이 2002 월드컵이었다. 2002월드컵을 기념해서 수많은 굿즈들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물건 외에도 홍명보 피규어와 EA에서 발매한 2002 피파 월드컵 CD, 선수들의 화보 카드를 아직 소장 중이다. 올해부터 타투 받는 것을 계속 계획 중에 있는데 처음으로 받으려고 준비 중인 타투가 월드컵 트로피와 피버노바 축구공이다. 당장 요즘에도 출퇴근할 때 유투브로 2002 월드컵 골 모음을 종종 시청하고 있다.
–벤볼러랑 바꾸자면 바꾸겠는가?
나에게 이 목걸이는 나를 상징하는 물건이자, 영화 ‘라이터를 켜라’ 김승우 아저씨의 라이터 같은 존재이다. 축구만큼이나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데 금과 다이아가 박힌 피버노바 또는 월드컵 트로피 목걸이라면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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