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애정을 갖고 어루만졌던 수많은 저지들이 죽어간다. 동시에 중국 또는 남아시아 어딘가 공장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의 저지들을 찍어낸다. 축구의 인기가 날로 커지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저지의 수는 절대적으로 많아졌겠으나, 이들은 결코 우리가 사랑했던 ‘그 저지’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이번 글에서는 이 슬픈 현실에서 우리의 ‘그 저지’를 더 오래, 의미 있게 남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몇몇 이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소개하는 순서는 ABC 순이며 순위와는 관계없음을 일러둔다. 멋진 창작에 순위가 무슨 소용이랴.
– AS ROMA X Jarrett Ellis
’HOOP DREAM’은 LA 기반의 창작 스튜디오다. 이름에서 풍기는 바이브에서 알 수 있듯 이 양반들은 농구 골대를, 아니 농구 골대’만’ 만든다. 마치 거장의 대작을 장식하는 액자로 백보드를, 그에 어울리는 색상과 소재를 골라 림과 그물을 만든다(참 먹고 살 길은 많다). AS로마는 농구 외길 인생인 이 친구들과 손을 잡았다. 정확히는 이 스튜디오의 설립자 ‘Jarrett Ellis’와 협업한 것. 나이키가 발매한 AS로마 2019-20 3RD 킷을 리메이크해 멋진 농구 골대를 만들었는데, 의외의 조합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백보드 전면은 저지로 쿠션을 저지로 마감하고 림과 철재 그물은 노란색으로 칠했다. 이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750$부터 1,200$까지 고가로 형성되어 있는데, 로마 저지로 제작한 작품은 판매가 아닌 이벤트로 소구 된다. 아래 링크에서 간단한 양식을 작성하면 수십, 수백만 명과의 경쟁을 거쳐 세상에 하나뿐인 농구 골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 NSS SPORTS
우리 매거진의 팬이라면 익숙한 NSS SPORTS는 이탈리아의 NSS MAGAZINE에서 스포츠 분야를 다루는 산하 매거진이다. 지난 해 오버더피치와의 협업에서 소개했듯 이들은 저지에 새로운 프린팅을 부착하는 것은 물론 갈가리 찢어 새로운 저지나 가방 등으로 재탄생시킨다. 보수적인 클래식 저지 마니아들의 공분을 살 짓거리지만 이들 특유의 감각으로 짜인 제품을 본다면 그 분노는 군침으로 바뀔 지도. 매년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들은 2019년 타이다이(Tie-dye) 기법을 활용한 컬렉션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감성으로 단단히 묶어 색을 입힌 이 제품들은 현재 오버더피치 스토어(OTP-STORE.COM)과 PITCH SEOUL에서 판매 중이다. 또한 얼마 전 FORWARD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대구FC 리메이드 제품 역시 포워드 스토어(FORWARD-FC.COM)에서 만나볼 수 있다.
– UNWNTDFC
이름을 풀어내면 UNWANTED FC. 말 그대로 ‘버림받은 FC’이다. 2018년 Kevin Chan, Keeith Chan 쌍둥이 형제가 호주를 기반으로 설립한 이 브랜드는 버려질 위기에 처한 제품들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이들의 브랜드 가치는 버려진 제품들을 활용해 축구와 패션의 간극을 좁힌다는 것. 이름을 보고 박수를 한 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제품을 보고 박수를 두 번 치게 한다. 토트백, 쿠션, 매시업 저지부터 노트북 슬리브, 여권 가방 등 제품군도 다양하다. 언뜻 NSS SPORTS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이들은 제품의 원 디자인을 지키는 데에 초점을 두는 듯하다. 고로 평소에 맵고 짜고 단 것을 좋아한다면 NSS로, ‘평냉’같은 슴슴함을 좋아한다면 UNWNTDFC로 향하자.
글 – 최권욱 에디터 (@kwonwook_choi)
사진 – @hoopdreamstudios / @Over_The_Pitch / @UNWNTD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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