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런던까지 8,852km. 아무리 유럽 축구 클럽을 사랑한다고 한들 이천리 이상 떨어진 물리적 거리는 곧 심리적 거리감으로, 가끔은 ‘현타’가 오는 현실. 국내에도 각 클럽을 서포트하는 커뮤니티가 다수 있으나 이들의 활동 역시 한국을 벗어나기 힘들다. 이역만리에서 고독한 덕질에 지쳐 ‘국제적 동질감’ 내지는 조금 특별한 팬덤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방대한 팬 리포스트 계정부터 축구 컨셉의 반려견 계정까지, 조금은 독특한 인스타그램 계정 몇 군데를 소개한다.
집단 팬덤을 활용한 사례. 전 세계 구너들의 사진을 리포스트 한다. 여행지에서 아스널 저지를 착용한 사진부터 직관 인증, 웨딩 촬영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집하는 만큼 그 범위와 등장하는 킷의 종류가 방대하며 가끔 한국 팬의 사진도 볼 수 있다. 토트넘 저지에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다소 자극적인 사진이 게재될 정도로 팬덤도 강한 편. 2018년 3월 시작한 이 계정은 현재 312개의 게시물과 1,548명의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니 구너들에겐 @arsenalifestyle 을 태그 한다면 기회가 열려있는 듯.
@manutd_girls & @red.devil.girls
후방 주의. 계정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여성 팬들의 사진을 리포스트 한다. 여성 팬의 사진만을 리포스트 한다는 것이 다소 시대역행적일 수 있으나 남자가 드글대는 축구 시장에서 성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남자들은 본다(당신이 남자라면 이미 이 문장을 읽기 전에 위 계정에 방문하고 왔다는 걸 알고 있다) 잠시 침착하고 그녀들의 옷에 집중한다면 단순히 ‘여자 사진’에 지나지만은 않는다. 저지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피드를 살펴보면 지난 시즌 발매된 2018-19 어웨이 핑크 킷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또한 여성들만의 저지 스타일링 팁을 얻을 수도 있다. 여담으로 필자가 예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분석한 결과 @red.devil.girls 계정이 더 자극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꿀팁 참고하시길.
경기장에 놀러 온 귀여운 댕댕이들을 볼 수 있는 계정이다. 아무래도 큰 경기장은 반려동물 출입이 어렵다 보니 하부리그 또는 동네축구장 배경의 사진이 대부분인데, 이게 또 댕댕이 사진의 생명인 친근함을 불어넣는다. 이 계정 피드에 게재되는 조건은 간단하다. 개와 함께 축구장에 가서 사진을 찍고 @nonleaguedogs 를 태그하면 끝. 대게는 머플러 정도를 두른다. 간혹 반려견 사이즈로 제작한 저지를 입은 친구들도 있는데, 웬만한 사람보다 핏이 좋다. 축구에 관심이 없어도 모두가 사랑하는 반려견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주변 애견인들에게 계정을 추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엔 리포스트가 아닌 직접 생산한 컨텐츠를 업로드하는 계정. 인터밀란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촬영하여 게재한다. 250여개의 게시물 중 중복되는 제품이 거의 없으며 도대체 어디서 났는지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저지부터 시즌권, 티켓, 팀 단체사진, 패넌트, 응원가 LP까지 아마 인테르의 지독한 컬렉터가 운영하는 듯 하다. 계정에 올라온 제품 중 가장 뜻밖의 제품은 설탕팩. 100주년 기념으로 2008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엠블럼 변천사를 설탕팩에 새겨놓았다.
이외에도 온라인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축구를 소구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 심지어 각 클럽의 방울 비니만 만들어내는 계정까지 있기도. 지금까지 전 세계 축구팬들이 만들어낸, 또는 만들어낼 다양한 축구 소구법 중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축구를 더 길게, 깊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글 – 최권욱 에디터 (@kwonwook_choi)
사진 – @arsenalifestyle / @manutd_girls & @red.devil.girls / @nonleaguedogs / @interab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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